<즐거운 편지> 황동규
1.
나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
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.
2.
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*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.
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.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.
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.
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.
* 잇닿다 : 서로 이어져 맞닿다.
오랜만에 손으로 꾹꾹 써내려간 시를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괜히 콧등이 시큰해졌다.
날씨 때문이겠지.. 비는 사람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.
오랫동안 해왔던 일, 그 일을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벅찼고, 나 스스로가 대견했다.
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다렸고, 외로웠고, 괴로웠다. 그리고 이제는 기다리는 것을 그만하기로 했다.
다른 가슴벅찬 일이 또 있을거라는 막연함만 가지고 내려놓은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.
나는 언제쯤이면 이 복잡하고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까.
행복하기 위한 내려놓음이었는데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만큼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.
다 비 때문이다..
2020.11.19. 비오는 목요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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